
3. 밤기차를 타고
어느날 부터인가, 나는 섬에 가고 싶었다.
막연한 희망에 구체적인 동기를 불어 넣어 주었던 것은
3년 전 어느 봄날 극장에서 보았던 대니 보일의 영화 였을까.
태국에 도착한지 사흘째 되는 밤
우리는 시원하게 펼쳐진 해변과 반짝이는 바닷물을 떠올리며
동남부의 사무이 섬으로 떠났다.
7시에 방콕을 출발한 기차는 약 12시간을 달려 수랏타니에 도착한다.
비록 피곤한 몸이었지만 오랜만에 밤기차를 타는 기분이 무척 좋아
친구 마주 앉아 새벽 늦게까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이제 내일 아침 수랏타니에서 내리기 전까지는 완전한 자유시간이다.
무언가 생산성 있는 일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 속에 살아가면서
이런-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하고 소중한 것인지
우리는 점점 깨달아 간다.


4. 사무이섬
멋진 휴식이었다.
우리는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즐겼고
지프차와 오토바이를 렌트해서 섬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으며
레스토랑에서 해산물로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았고
밤에는 방갈로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행복하게 잠들 수 있었다.
팔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서 눈 앞을 지나가던 열대어와 산호초,
해변이 내려다 보이는 식탁에서 바다 내음을 맡으며 마시던 망고 쥬스 맛,
열대 우림 속을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던 그 기분,
그 느낌들을 아마 한동안은 잊을 수 없으리라.

5. 말레이시아행
말레이시아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사무이에서 예정보다 하루를 더 머문 우리는 현지 여행사에서 조인트 티켓을 끊고
다음날 새벽부터 말레이 반도를 내려가는 기나긴 이동을 시작했다.
좁고 답답한 버스 안에서의 장거리 이동에 지친 멍한 내 머리 속에는
차창 밖으로 멀리 보이던 국경 지대의 붉은 노을과
태국어가 아닌 알파벳으로 쓰여진 거리의 간판들만이
이제 말레이시아로 들어가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듯 했다.
미니밴, 페리, 버스, 미니밴, 페리를 번갈아 타며 15시간을 달린 후
밤 9시에야 우리는 말레이시아의 페낭에 도착했다.
버터워스에서 떠나는 페리 안에서 바라본 페낭의 야경은 아름다웠지만
말레이시아 화폐도 미처 환전하지 못했던 나는 당장의 숙소 문제와
이튿날 카메론하일랜즈로의 이동에 대한 걱정으로 한숨을 쉬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