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이란 영화를 봤을 때, 처음으로 한국영화도 볼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그 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안해봤다. 간혹 서편제처럼 괜찮은 영화가 있긴 했지만, 그냥 소 뒷걸음질하다 쥐 잡은 격으로 여겼다. 우스개소리로 80년대에는 한국영화 욕하는게 지식인척 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그랬는데 아마 나도 그랬던 모양이다. 그래도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진실했고, 우리가 느꼈던 열정과 분노, 희망 속에는 분명 허위의식 외의 무언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90년대 중반 이후로는 괜찮은 영화가 많이 나왔다. 8월의 크리스마스, JSA, 살인의 추억, 오아시스까지... 외국의 명작들과 비교하더라도 기꺼이 훌륭하다고 감탄할 수 있는 좋은 영화들이 계속 나왔다. 해외영화시장에서도 흥행을 하고, 칸에서도 상을 받고, 바야흐로 한국영화의 시대가 열렸다고 했다. 국내점유율이 50%를 넘기고, 수출실적도 껑충 뛰어오르고, 앞날에는 거칠 것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던게 불과 1~2년 전인데 지금 벌써 위기론이 팽배해 있다. 다들 불안함을 느끼는지 비난과 책임의 화살을 겨누어댄다. 제작사와 배우, 감독과 기업들이 서로 성토하기에 바쁘다. 잠시 화려하다 시들어버린 홍콩영화처럼 한국영화도 그렇게 저물어 가는지 모른다.
최근 이루어진 한국영화 성공의 힘은 다른 무엇도 아닌 '영화사랑' 이다. 자본이고 산업이고 다 떠나서 영화 그 자체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좋은 영화를 보고, 배우고, 또 만들려고 노력하게 했던 거다. 우리영화는 왜 이렇게 형편없을까-라고 슬퍼하고 분노했던 시간이 없었다면 돈을 아무리 쏟아부었던들 헐리웃에 대항할 수 있었을까.
부자가 망해도 삼년은 간다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괜찮은 한국영화가 제법 나올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도 영화판에는 여전히 영화사랑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많다. 문제는 다음 세대일 것이다. 영화 관객이 꾸준히 늘어나는 동안에도 영화 잡지는 점점 얇아졌다. 영화판에 돈과 사람은 몰리지만 진짜 영화광들은 오히려 줄어든 것 같다.
어쩌겠는가. 영원한 제국이 없다는데 제국도 아닌 한국영화가 천년만년 호강할 수는 없는 노릇인걸. 어차피 놀이동산같은 멀티플렉스에서 간편한 데이트수단으로만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면, 우리영화가 망해간다고 해서 진심으로 슬퍼해 줄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