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오늘 소요산으로 등산을 가려고 계획 중이었는데,
기상청에서 비가 온다고 겁을 주셔서 파토가 나버렸다.
사실 어젯밤 직감을 하긴 했다.
밤에 비가 내리는 꼴을 보아 하니 내일 아침에는 말짱 개겠구나-하고.
하지만 뭐 파토난 계획 다시 세우기도 뭐하고 실컷 늦잠을 자버렸다.
느즈막히 일어나니 역시 날은 화창하고,
엄마랑 아빠가 화분 손질하면서 기상청 욕을 하고 계시더라.
물론 나는 이해한다. 기상청이라고 뭐 일부러 그랬겠니. 허허.
너네 다음에도 이러면 죽는다.-_-
암튼 간만에 집에 돌아온 동생과 함께 심슨 가족을 열심히 보다가
몸이 근질거리는 걸 참지 못하고 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보통은 자전거를 타면 한강으로 나가거나 중랑천에서 노는데
오늘은 꽃 구경 하러 아차산으로 고고씽.
우리 집에서 단 10분 밖에 안 걸린다.

아차산에는 몇 년 전에 생태공원을 꾸며 놓았는데 제법 놀러 갈만 하다.
나무 보도를 자연친화적으로 잘 깔아 놓았고, 오르는 길도 험하지 않고,
주변 전망도 좋아서 주말에는 아이들 데리고 놀러오는 사람이 무척 많다.

생태공원 한 쪽 길을 따라가면 워커힐 아파트를 지나 W 호텔 쪽으로 이어진다.
요즘 워커힐 봄 꽃 축제 기간이라 교통이 무척 혼잡하다.
주말에는 주차장도 만원이니 웬만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좋다.

W 호텔 서울. 시설이나 주변 환경은 좋은 호텔인데
위치가 도심과 좀 떨어진 탓에 장사는 잘 안 되는 것 같다.
입구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봄 꽃 축제 길이 나온다.


봄 꽃 축제라고 해서 대단한 행사를 하는 것은 아니고,
피자힐 아래 진입로 주변을 노천 카페로 꾸며 놓고서
작은 공연도 하고 음식도 팔고 그런다.
규모는 작지만 꽃도 예쁘고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경치도 좋아서
주말 나들이로는 꽤 훌륭한 편이다.

워커힐 호텔 주방장들이 나와서 다양한 음식을 팔고 있다.
셀프 서비스 주제에 가격은 호텔급이다.
와플이 8000원, 햄버거가 20000원, 콜라는 한 컵에 4000원, 맥주는 8000원.
햄버거에 환장하는 본인, 2만원짜리 햄버거에 잠시 군침을 흘렸으나,
충동적으로 사먹었다가는 체할 게 분명한 가격이라
집에 사다 놓은 파파존스 피자를 떠올리며 억지로 참았다.

"주책 부리지 말고 따라와!"
"형아~ 이러지마, 나 쟤랑 사진 찍을 거란 말이야."
아이들 세상에도 아픔은 존재한다.

비록 벚꽃은 떨어지지만 봄 꽃의 향연은 계속된다.
곧 철쭉의 시대가 도래할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