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엘리펀트
구스 반 산트는 이미 '아이다호'로 90년대 초반에 이름을 알렸고, '투다이포'와 '굿윌헌팅'처럼 딱히 색깔을 드러내지 않고 이것저것 만들어 온 감독이다. 유명한 총기 난사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마이클 무어의 다큐와 자주 비교되는데, 공격 대상을 정하고 노골적으로 돌진하는 '볼링 포 컬럼바인'과 달리 '엘리펀트'는 섣불리 이야기하지 말자는 태도를 유지한다. 능동적이든 수동적이든 사건에 휩싸이게 된 고등학생들의 일상을 사건 며칠 전부터 차분히 보여줄 뿐이다. 그리고 그런 장면 장면들은, 다른 이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결코 사고의 전조를 암시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서 이 영화에는 '내용'이 없으며, 따라서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에 미국 사회의 십대들이 느끼는 외로움, 고립감, 두려움, 지루함과 같은 이미지를 영화적 스타일로 표현하고 있다. '엘리펀트'가 단순히 정치적 주장만을 전달하는 매체가 아니라 예술적 가치를 시도한 영화가 될 수 있었던 미덕이 이 점에 있다. 과연 그 속에서 무엇을 발견했는가는 관객의 몫이 될 것이다.
2. 판의 미로
사람은 처한 현실이 잔인하고 답답하면 자연히 탈출을 꿈 꿀 수밖에 없다, 더욱이 어린아이라면 어련하겠나. 그 때 신비한 문이 열린다. 그리고 소녀는 두 세계를 연결한다. 스페인 내전이 벌어지는 세계에 살고 있는 오필리아는 동시에 신비로운 지하왕국의 공주이기도 하다. 이것은 포악한 장교와 반란군 사이에 갇힌 소녀의 환상인가 아니면 현실에 눌린 어른들이 못 보는 진실인가.
우리는 보고 싶은 곳을 보아야 하는 게 아니라 보아야 하는 곳을 보아야 한다. 진실은 보고 싶은 것을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가 아니라 '어디를 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것이다. (소녀는 군인에게 총을 맞아 죽었고, 지하세계의 공주도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그렇다.)
3. 시간을 달리는 소녀
이 애니메이션이 기술적으로 뛰어나다는 점에는 별 의문이 없다. 반복되는 캐치볼 장면이나 막판에 시간이 멈춰 있는 순간의 묘사는 영화가 따라잡기 힘든 미묘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시간'을 주제로 한 것도 좋고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도 좋다. 그러나 방법이 글렀다. 설득력 없는 내용을 전개하면서 센티멘탈리즘-주로 남녀간의 긴장에 집중한 로맨스-에만 호소하는 최근의 일본 영화들은 오히려 90년대에 비해 퇴보하고 있는 느낌이다.
4. 무지개 여신
러브테러의 또다른 버젼,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서' 시리즈의 하나로 알맞을 그런 영화. 일단 우에노 주리와 아오이 유우가 나오기 때문에 볼만한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물론 10년 전에 만든 러브레터보다 훨씬 못하다. 아무래도 작가가 자기감정에 취해서 쓴 게 아닌가 싶다. 아니면 술먹고 '짝사랑'했던 여자를 떠올리면서 썼거나. (여자는 기억도 못할텐데...)
구스 반 산트는 이미 '아이다호'로 90년대 초반에 이름을 알렸고, '투다이포'와 '굿윌헌팅'처럼 딱히 색깔을 드러내지 않고 이것저것 만들어 온 감독이다. 유명한 총기 난사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마이클 무어의 다큐와 자주 비교되는데, 공격 대상을 정하고 노골적으로 돌진하는 '볼링 포 컬럼바인'과 달리 '엘리펀트'는 섣불리 이야기하지 말자는 태도를 유지한다. 능동적이든 수동적이든 사건에 휩싸이게 된 고등학생들의 일상을 사건 며칠 전부터 차분히 보여줄 뿐이다. 그리고 그런 장면 장면들은, 다른 이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결코 사고의 전조를 암시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서 이 영화에는 '내용'이 없으며, 따라서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에 미국 사회의 십대들이 느끼는 외로움, 고립감, 두려움, 지루함과 같은 이미지를 영화적 스타일로 표현하고 있다. '엘리펀트'가 단순히 정치적 주장만을 전달하는 매체가 아니라 예술적 가치를 시도한 영화가 될 수 있었던 미덕이 이 점에 있다. 과연 그 속에서 무엇을 발견했는가는 관객의 몫이 될 것이다.
2. 판의 미로
사람은 처한 현실이 잔인하고 답답하면 자연히 탈출을 꿈 꿀 수밖에 없다, 더욱이 어린아이라면 어련하겠나. 그 때 신비한 문이 열린다. 그리고 소녀는 두 세계를 연결한다. 스페인 내전이 벌어지는 세계에 살고 있는 오필리아는 동시에 신비로운 지하왕국의 공주이기도 하다. 이것은 포악한 장교와 반란군 사이에 갇힌 소녀의 환상인가 아니면 현실에 눌린 어른들이 못 보는 진실인가.
우리는 보고 싶은 곳을 보아야 하는 게 아니라 보아야 하는 곳을 보아야 한다. 진실은 보고 싶은 것을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가 아니라 '어디를 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것이다. (소녀는 군인에게 총을 맞아 죽었고, 지하세계의 공주도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그렇다.)
3. 시간을 달리는 소녀
이 애니메이션이 기술적으로 뛰어나다는 점에는 별 의문이 없다. 반복되는 캐치볼 장면이나 막판에 시간이 멈춰 있는 순간의 묘사는 영화가 따라잡기 힘든 미묘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시간'을 주제로 한 것도 좋고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도 좋다. 그러나 방법이 글렀다. 설득력 없는 내용을 전개하면서 센티멘탈리즘-주로 남녀간의 긴장에 집중한 로맨스-에만 호소하는 최근의 일본 영화들은 오히려 90년대에 비해 퇴보하고 있는 느낌이다.
4. 무지개 여신
러브테러의 또다른 버젼,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서' 시리즈의 하나로 알맞을 그런 영화. 일단 우에노 주리와 아오이 유우가 나오기 때문에 볼만한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물론 10년 전에 만든 러브레터보다 훨씬 못하다. 아무래도 작가가 자기감정에 취해서 쓴 게 아닌가 싶다. 아니면 술먹고 '짝사랑'했던 여자를 떠올리면서 썼거나. (여자는 기억도 못할텐데...)
5. 캐러비안의 해적 3
신기한 것이, 별로 재밌다는 생각을 안하면서도 이 시리즈를 꼬박 꼬박 보고 있다. 이번 3편도 보다가 좀 졸았는데, 앞으로 4편이 나오면 또 보러 갈 것 같으니 이유를 잘 모르겠다. '해적'과 '모험'이 주는 노스탤지어 때문일까, 더운 날을 식혀줄 시원한 '바다'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조니뎁 때문일까. (이번 3편으로 키이라 나이틀리 때문이 아님은 확인되었다.)
이 시리즈는 욕심을 좀 버리고 그냥 재밌게만 만들면 좋을 것 같다. 1편이 대성공을 하니까 이번엔 뭔가 철학적인 주제까지 던지고 싶었는지 자꾸 이야기가 길어지고 옆으로 퍼져서 보는 사람 정신만 산만해져 버렸다. 이 영화는 어차피 여름 한 철 장사하고 접을 액션영화, 조니뎁 위주로 신나는 장면들만 압축해서 한 90분 짜리 영화를 만들면 모두가 해피했을 것을.
6. 뜨거운 녀석들
좀 잔인하고, 진지한, 묘한 코미디물, 최근 본 영화 중에서 이게 제일 재밌었다. 패러디가 많다고 하는데 그런 걸 잘 몰라도 유쾌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막나가다 어이없이 끝나지도 않고 제법 스토리까지 있다. 이렇게 자신있게 막나가는 영화가 좋다.





